서론
검거세미나방(Agrotis ipsilon)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분포하는 광식성 해충으로 옥수수(Zea mays), 목화(Gossypium arboreum), 담배(Nicotiana tabacum), 밀(Triticum aestivum), 콩(Glycine max)과 같은 경제작물 뿐만 아니라 농경지의 다양한 잡초류와 잔디류에도 피해를 주고있다(Busching and Turpin, 1977; Hong and Williamson, 2006; Kim et al., 2001; Sherrod et al., 1979; Showers, 1997).
어린 유충은 식물의 잎을 주로 갉아먹지만 3령이상으로 노숙화 되면 어린 식물의 뿌리나 괴경, 구근, 줄기 등을 식해하여 어린 묘가 고사되거나 활착을 지연시키는 피해를 유발시키기도 한다(Kim et al., 1980; Kim et al., 2001; Sherrod et al., 1979). 아울러 다양한 종류의 잔디에도 피해를 주어 골프장의 주요 해충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특히 티나 그린과 같이 골프장에서 집약적 관리가 필요한 곳에 주로 식재되고 있는 크리핑 벤트그라스(Agrostis stolonifera)에 피해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Potter, 1998). 우리나라에서도 검거세미나방은 농경지 뿐만 아니라 잔디 재배지나 골프장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나방류 해충이다(Choo et al., 2000; Lee et al., 2014).
검거세미나방에 의한 잔디 피해는 1, 2령충의 경우 잔디의 엽면을 가해하여 피해가 미미하지만 3령기 이후 노숙화 되면 잔디의 지제부를 잘라먹는데 이로 인하여 한지형 잔디의 경우 고사 피해를 유발하기도 하지만(Potter, 1998) 22시부터 8시 사이의 야간에 섭식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주간에 유충의 섭식 활동의 관찰이 어렵다(Williamson and Shetlar, 1995). 특히 골프장 그린 지역에서는 노숙 유충 때 서식처인 대취층에서 잔디의 지제부 사이를 이동하면서 식해를 할 경우 식흔으로 인한 자국이 잔디 표면의 균일성을 떨어트려 볼의 구름을 방해하는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Frank and Shrewsbury, 2004; Potter, 1998).
검거세미나방과 같은 식식성 해충들의 경우 기주식물의 종류나 생장 상태에 따라 선호성이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Lee and Choo, 2007; Lee et al., 2000; Miller et al., 1999) 검거세미나방도 한지형 잔디 종이나 품종에 따라 생육이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ong and Williamson, 2006; Richmond and Bigelow, 2009; Williamson and Potter, 1997).
우리나라의 골프장들은 대부분 그린의 경우 한지형 잔디로 조성되고, 페어웨이와 러프의 경우 난지형 잔디로 식재되어 있는 골프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검거세미나방의 섭식 생태와 관련 된 다양한 연구들은 주로 한지형 잔디를 대상 으로 수행되어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난지형 잔디에서의 연구 내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 골프장의 페어웨이나 러프의 주요 식재 잔디 초종인 들잔디(Zoysia japonica)와 그린에 주로 식재되는 크리핑 벤트그래스를 이용하여 검거세미나방의 섭식량과 발육 및 선호 정도를 비교하여 검거세미나방 관 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에 이용한 검거세미나방은 Benzon Research (Carlisle, USA)에서 령기별로 구분하여 구입하였다. 공급받은 검거세미나방은 인공사료가 바닥에 갈려있는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었는데 용기와 함께 4℃ 냉장고에 냉장보관 한 뒤 실험 때 실온에 1시간 동안 순화시켜 사용하였다.
실험에 이용한 잔디는 들잔디와 크리핑 벤트그래스를 이용하였는데 크리핑 벤트그라스는 Penncross 품종을 이용하였다. 각각의 잔디는 켄터키대학교의 Spindletop Research Farm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직경 15 cm hole cutter로 떠 내어 직경 22 cm 플라스틱 화분에 이식한 뒤 켄터키대학교 유리온실에서 생육시켜 사용하였다. 온실은 25℃ 내외로 관리하였고, 광은 자연 채광을 사용하였다. 온실에서 관리한 잔디를 지제부를 잘라 검거세미나방의 먹이로 공 급하면서 실험을 수행하였다
잔디 초종별에 따른 검거세미나방의 섭식량과 체중변화 조사는 검거세미나방 3령충과 4령충을 구분하여 수행하였다. 각각의 검거세미나방 개체 별 체중을 전자저울을 이용하여 측정한 뒤 멸균 증류수에 적신 여과지 1장을 깐 직경 9㎝ 페트리접시에 한 마리씩 넣었다. 여기에 30분 이내에 절취한 잔디를 전자저울을 이용하여 무게를 측정한 후 검거세미나방 무게와 비슷한 양을 먹이로 공급하였다. 각각의 페트리접시들은 엇갈리게 쌓은 후 물에 적신 handtowel 다섯 장으로 덮은 뒤 25℃ 항온기에 보관하였다. 잔디 섭식량 조사는 매 24시간 마다 각 페트리접시 내에 남아 있는 잔디를 핀셋으로 수거하여 무게를 측정한 뒤 전날 투입한 잔디 무게 대비 감소한 량을 구하였고, 새로이 온 실에서 생육 중인 잔디를 잘라 첫째 날과 동일한 방법으로 제공하였다. 검거세미나방 유충의 체중도 매일 조사하여 전날 대비 무게 증감을 계산하였다. 한 마리를 한 반복으로 30반복 처리하였다.
잔디 초종별에 따른 검거세미나방의 섭식 선호성 조사는 잔디 초종별 섭식량 조사와 동일한 방법으로 수행하였는데 페트리접시를 반으로 나누어 한 쪽에는 벤트그라스를 반대쪽에는 들잔디를 검거세미나방 체중과 유사한 양 만큼 무게를 측정하고 놓아 두었다. 가운데 부분에 체중을 조사한 검거세미나방 3령충을 한 마리씩 접종하고, 24시간 뒤 각각의 잔디 무게를 측정하였는데 한 마리를 한 반복으로 14반복 처리하였다.
초종별 섭식량과 체중변화 자료는 Tukey test로 처리평균간 차이를 분산분석하였으며 섭식선호성 조사 결과는 t-test로 초종간 차이를 분석하였다(SAS, 2011).
결과 및 고찰
크리핑 벤트그라스와 들잔디를 먹이로 공급하였을 때 검거세미나방 3령충의 섭식량은 조사 기간 내내 크리핑 벤트그라스의 소비량이 많았다(1일후: df=1, 58, F=473.65, P <0.0001, 2일후: df=1, 58, F=197.73, P <0.0001, 3일후: df=1, 58, F=364.17, P <0.0001, 4일후: df=1, 58, F=247.18, P <0.0001)(Fig. 1A). 또한 체중 증가도 크리핑 벤트그라스 처리에서 유의하게 높았다(1일후: df=1, 58, F=42.99, P <0.0001, 2일후: df=1, 58, F=561.71, P <0.0001, 3일후: df=1, 58, F=167.69, P <0.0001, 4일후: df=1, 58, F=61.25, P <0.0001)(Fig. 1B).
검거세미나방 4령충의 경우도 3령충과 동일하게 크리핑 벤트스라스의 섭식량이 들잔디에 비하여 많았으며(1일후:df=1, 58, F=545.44, P<0.0001, 2일후: df=1, 58, F=6.84, P<0.0114, 3일후: df=1, 58, F=56.39, P<0.0001, 4일후: df=1, 58, F=18.85, P<0.0001) (Fig. 2A) 체중증가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으나(Fig. 2B) 통계적 유의성은 1일째와 3일째만 있었다(1일후: df=1,58, F=5.15, P<0.0269, 2일후: df=1, 58, F=0.21, P<0.6481, 3일후: df=1, 58, F=10.45, P<0.002, 4일후: df=1, 58, F=1.8, P<0.1848).
들잔디와 크리핑 벤트그라스에 대한 섭식량은 모든 처리에서 크리핑 벤트그라스에서 높게 나타났는데(Fig. 3) t-test결과도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P>|t|=0.0001).
벤트그라스에서 검거세미나방의 체중은 부화 후 7일째에는 2.4 mg에서 14일 후에는 57.6 mg, 21일 후에는 364.4 mg,28일 후에는 750.1 mg으로 현저히 증가하였는데 7일째에는 평균 령기가 1.3령이며 14일째에는 3령, 21일째에는 5령, 28일째에는 6령으로 3령기 이후 체중 증가가 현저히 이루어진다(Hong and Williamson, 2006). 이러한 체중 증가에 따라 섭식량도 증가하고, 3령기 이후부터 토양으로 이동하여 생활하는 개체들이 생기기 때문에(Kim et al., 1980) 3령충과 4령충을 이용하여 두 잔디 초종을 대상으로 섭식량과 체중 증가를 조사하였는데 두 령기 모두 벤트그라스에서 섭식량과 체중증가가 높게 나타났다. 비록 본 조사에서는 두 초종 섭식에 다른 전체 생활사를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Hong and Williamson (2006)의 연구에 의하면 섭식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종에서 생육시킨 검거세미나방의 체중 증가가 적고, 번데기 기간이나 성충 우화 기간에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벤트그라스와 들잔디를 기주로 하는 개체군간 생활사 기간의 차이가 발생 될 것으로 생각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검거세미나방은 2-3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Kim et al., 1980), 이러한 생활사는 유효적산 온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검거세미나방의 유효적산 온도인 10.3℃를 기반으로 한다면(Sherrod et al., 1979) 우리나라에서 검거세미나방의 생활사는 지역간에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기주식물의 종류에 따라 생활사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검거세미나방의 생태(Hong and Williamson, 2006)를 고려하면 동일 지역 내에서도 잔디에 실제 피해를 주는 유충기간의 경우 차이가 생길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한지형 잔디로 조성 된 그린과 난지형 잔디로 조성 된 페어웨이나 러프가 공존하는 지역에서는 검거세미나방 유충 발생기간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차이는 특정 기간에 집약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사가 아닌 발생기간의 확대가 일어날 수 있어 관리적 측면에서는 해충 발생 시기의 차이와 발생기간의 연장에 따른 방제시기의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 즉 기존에 알려져 있는 검거세미나방 발생 양상에 근거하거나 골프장에서 2-3회 발생한다는 내용에 근거하여 해당 시기를 중심으로 단 기간 내에 전면 방제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예찰과 지속적인 피해 발생을 관찰하여 방제지역과 시기를 조절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한지형 잔디만으로 조성 된 골프장의 경우 한지형과 난지형 잔디 혼재 골프장에 비하여 검거세미나방의 밀도 증가가 일어 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예찰과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 울러 두 초종이 혼재하고 있는 골프장에서는 벤트그라스 식재지역에 대한 집약적 관리가 요구되며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검거세미나방의 이동 특성(Showers, 1997)을 감안하면 골프장이 집약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한지형과 난 지형 잔디 혼합 조성 골프장에서 상대적으로 선호성이 높은 한지형 잔디로 조성 된 골프장으로의 이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발생과 피해가 높아질 수 있는 개연성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의 골프장에서는 보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것 으로 생각된다. 또한 검거세미나방의 기주가 되는 다양한 종류의 잡초나 선호성이 높은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농경지인근의 골프장의 경우도 주변에서 이입되는 검거세미나방에 대한 예찰과 발생원 주변 관리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